등굣길 초등생 친 80대 무면허 운전자…”나 교장했다” 황당 변명

등굣길에 나선 한 초등학생이 80대 무면허 운전자가 몬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제보가 11일 JTBC〈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지난달 1일 제보자의 딸인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등교를 하던 중 초록 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차량에 치였습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아이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은 이 학생의 어머니이자 제보자는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사고 현장으로 갔는데요. 아이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피투성이 상태였습니다. 영구치 3개가 뽑혔고, 얼굴 뼈까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등굣길 사고로 영구치 3개가 빠지고 얼굴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은 피해 아동. 〈사진=JTBC ‘사건반장’〉

제보자는 “가해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신속히 조치하지 않았고, ‘나 그런 사람 아니다. 교장이었다’라는 황당한 말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80대 할아버지인 가해 운전자, 알고 보니 사고 당시 무면허 상태였던 겁니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 검사를 받지 않아 올해 1월 1일부로 무면허 상태가 됐는데도 차를 끌고 다니다 결국 큰 사고까지 낸 거였죠.

심지어 사고 현장 목격자에 따르면 이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어? 밟혔네?”라고 말하면서 즉각 사고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보자가 공개한 사고 당시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사진=JTBC ‘사건반장’〉

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와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12대 중과실 중 2개를 위반했기 때문에 제보자는 당연히 운전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검찰에서는 지난 4일 ‘구약식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구약식 처분은 검찰이 범죄 혐의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 등 간소화된 절차로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가해 운전자는 피해 아동 어머니에게 “80 평생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무조건 잘못했고 용서해 달라. 최대한 선처 부탁드린다”라고 사과하면서도 “운이 나빴다. 더 큰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최소의 금액으로 최대의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는데요. 제보자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민사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가해 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다친 아이는 현재도 성형외과에서 흉터 치료를 받고 있고, 사고로 빠진 영구치 3개는 고정해두긴 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서야 임플란트 등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김태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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